대한민국 로봇 산업 발전사를 논함에 있어 다사로봇은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로봇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1999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같은 해 창업한 R사와 더불어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로봇업계의 쌍두마차로서 로봇산업 발전을 견인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업계에 오랫동안 몸 담았던 많은 사람들은 ‘그 시절 이야기’를 할 때면 다사로봇을 떠올린다. ‘로봇강국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이 어색했던 그 시절에 다사로봇은 국내 로봇업계의 자존심이었고, 그래서 아직도 ‘다사’라는 브랜드는 많은 로봇인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다사테크에서 시작했던 다사로봇은 동부로봇을 거쳐 디에스티로봇으로, 그리고 다시 휴림로봇(주)(이하 휴림로봇)으로 거듭났다. 지난 2011년 동부그룹에 편입된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몇 번의 부침을 겪으면서 일시적인 매출 하락을 겪기도 했지만, 지난해 전년 대비 약 50%가량의 매출 성장을 실현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특히 회사는 그간 코로나19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대(對)해외 업무를 공격적으로 전개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어 ‘국가대표 로봇기업’의 이미지를 다시 한 번 로봇업계에 각인시킨다는 계획이다.
휴림로봇의 비즈니스 분야는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 로봇 부품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영역에 포진돼 있다. 회사는 창사 이래 다양한 로봇 분야에 대한 R&D 투자와 관련 기업 인수, 기술 협약 등 기술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움직여왔고, 이를 통해 종합로봇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 과정에서 방대한 제품 라인업을 구축했던 것이 과거의 비즈니스 방향이었다면, 지금은 각각의 제품군에 대한 분석, 이를 통한 해체와 재조립 과정을 거쳐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위한 선택과 집중을 진행하는 단계이다.
휴림로봇 박주원 이사는 “휴림로봇의 핵심 비즈니스인 산업용 로봇 부문을 살펴보면 반도체와 2차 전지,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에서 기술적인 성과와 영업적인 성장이 모두 이뤄지고 있다”라며 “빠른 속도로 조직이 안정화되고 맨파워가 증대되는 동시에 제품 라인업에 대한 정비도 지속하고 있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유의미한 성과가 전망된다”라고 설명했다.
다각적인 사업 분야에서 지표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휴림로봇이지만 그중에서도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의 약진이 특히 눈에 띈다.
휴림로봇은 반도체 웨이퍼를 이송하는 WTR(Wafer Transfer Robot)과 디스플레이 패널을 이송하는 GTR(Glass Transfer Robot)을 모두 공급하는 기업으로, 대기용과 진공용 라인업을 갖추고 있어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전·후 공정에 모두 대응할 수 있다. 2010년도에 대기용 이송 로봇을 국산화한 휴림로봇은 이어 2011년에 일본의 로봇 전문 기업 아이텍(AITEC)을 인수하면서 진공용 이송 로봇 기술까지 확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높였다. 여기에 휴림로봇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자체 제어기술이 접목되면서 시장에서 가격과 성능을 인정받았다. 현재 회사는 EFEM 장비용 WTR 수요를 기반으로 반도체 로봇 부문 매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한편 디스플레이 시장을 겨냥한 GTR 분야의 경우에는 향후 차세대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에 휴림로봇이 보유하고 있던 6세대 디스플레이 패널용 GTR 라인업을 확장해 8.6세대 디스플레이 패널용 GTR까지 개발을 추진함으로써 대형화되는 FPD 시장의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박주원 이사는 “이미 8.6세대 GTR에 대한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를 위한 버전 업그레이드를 진행 중으로, 올 연말까지 시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휴림로봇의 특징적인 강점 중 하나는 고객사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로봇을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경쟁력은 예전부터 강세를 보였던 디스플레이 시장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도 휴림로봇이 최근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핵심 포인트이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2차 전지 분야와 같이 공정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제조 현장에서는 수율 확보를 위한 엔드유저와 장비회사들의 지난한 기술 개발이 수반된다. 그러나 공정 기술의 관점에서 표준 로봇에 장비 설계를 맞추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때 웨이퍼 등을 이송하는 로봇을 맞춤형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면 보다 유연한 장비 설계가 가능하다. 휴림로봇은 이 지점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박주원 이사는 “글로벌 로봇 메이커에서 출시되는 이송 로봇의 경우 표준화된 제품이 대부분이다. 반면 휴림로봇은 고객사의 장비 설계에 적합한 제원의 로봇을 개발, 공급하는 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휴림로봇의 2022년도 목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한 번 매출 퀀텀점프를 실현하는 것이다.
작년 50%에 달하는 매출 성장을 달성한 동사는 올해 25%의 추가 상승을 목표로 영업에 매진 중으로, 이미 7월 기준 목표 매출의 80% 수준을 달성한 상황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이전부터 계획됐던 글로벌 시장 확장에 대한 계획도 착실하게 전개하고 있다.
“올해 들어 주요 해외 고객사 미팅을 재개하면서 비즈니스 미팅들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밝힌 박주원 이사는 “실질적으로 해외 매출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베트남에 생산거점을 마련 중”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그는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돌입할 수 있도록 로컬 생산거점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당 거점은 중국과 베트남, 나아가 인도 등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할 계획으로, 현지화와 외연 확대를 통한 원가 절감, 매출 확대, 고객 만족도 증가 등 여러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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